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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내가 좋아하는 색은 ‘박하색’이에요

2019-10-24

“난 그 색 참 좋더라. 왜 그거 있잖아. 하늘색도 아니고 회색도 아닌데, 파란 계열에 회색 엄청 많이 섞인 느낌? 민트는 아니지만 뭔가 시원한 느낌도 좀 나고, 회색 느낌이 강한데 회색은 아닌…”

 

좋아하는 색은 있는데, 그 색을 설명하기가 참 쉽지 않다. 정확한 이름도 모르겠고, 서로가 컬러차트를 줄줄 꿰고 있지 않는 한 색을 전달하는 건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사물이나 자연물의 색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개나리색’이나 ‘벽돌색’ 혹은 ‘막 돋아나는 새순의 색’처럼. 자주 보아온 일상의 물건 혹은 4계절 내내 변화하는 자연은 그 무엇보다 다양한 색이 담긴 훌륭한 색표집이기도 하니 말이다.  

 

오이뮤의 〈색이름 352〉(출처: www.instagram.com/oimu)

 

 

이러한 색 표현은 친근할 뿐 아니라 색의 전달과 이해를 쉽게 한다. 기억하기에도 물론 좋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빨강, 노랑, 파랑부터 말로 표현하기 애매한 수많은 색들의 이름을 우리말로 소개하는 책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물, 자연물들로 색이름을 정의한 〈색이름 352〉다. 

 

이 책에는 식탁에 오르는 식재료부터 매일 만나는 일상의 풍경, 일 년에 한 계절에만 만날 수 있는 현상, 자연이 만들어낸 광물까지, 익숙하면서도 다채로운 색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이를테면, 콩자반색, 시멘트색, 바다색, 유채꽃색, 자수정색 같은 거다. 

 

책커버를 씌운 〈색이름 352〉의 모습

 

책에 실린 단색 그림과 색이름을 적용한 〈색이름 352〉용 책커버

 

 

〈색이름 352〉는 문화적 가치와 사양화된 2차 산업을 회복시키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펼치며 과거와 현재의 가치를 잇는 디자인 활동을 하고 있는 오이뮤의 다섯 번째 프로젝트다. 오이뮤는 ‘색이름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인 〈색이름 352〉를 지난 9월 펀딩을 통해 처음 선보였다. 큰 관심을 받으며 성공을 거둔 〈색이름 352〉는 식음료, 제품, 패션, 디자인 등 다양한 업계 종사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며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책은 총 352개의 색을 다룬다. 오이뮤는 1991년에 초판 발행된 〈우리말색이름사전〉을 재해석하고 한국산업표준(KSA0011, 관용색이름)을 병용해 일상적으로 만나는 자연물의 이름과 구체적인 색을 우리말로 정의했다. 2006년도에 증보판으로 발간된 〈우리말색이름사전〉을 1차적으로 수록하고, 다음으로 한국산업표준을 적용했는데, 색이름이 대치되는 경우엔 한국산업표준을 사용하는 국가고시 등 여타 분야에 대한 혼동을 막기위해 한국산업표준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색이름 선정 후엔, 공감대가 떨어지는 외국어는 탈락시키고, 표준국어대사전을 준용해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 순으로 색이름을 대체, 신설했는데, 이때 외래어는 우리말 체계에 완전 동화된 차용어 수준으로 선정의 폭을 최소화했다.  

 

목록. 색이름과 MUNSELL, CMYK, RGB, HEX를 함께 표기했다. 

 

 

먼셀기홋값을 기준으로 352개의 색들을 계통색별로 분류해 빨강계(R)부터 자주계(RP) 순으로 나누고, 무채색계와 특수색계를 추가했다. 각 계통색의 시작 부분에는 해당 색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한눈 보기’와 색들의 우리 이름과 MUNSELL, CMYK, RGB, HEX를 기재한 ‘목록’을 배치했다. 

 

각 색을 담은 내지에는 352개의 색 중 해당색의 전체 순번과 계통색 순번, 우리말 색이름과 영문 색이름을 함께 넣었고, 한국산업표준의 관용색이름이 존재하는 경우에 대한 표시, MUNSELL, CMYK, RGB, HEX를 표기했다. 또, 색이름의 동음어나 한자어에 대한 혼동을 막기 위해 색, 동물, 식물, 인공물 등의 카테고리로 색이름의 어원을 분류해 기재했다. 

 

 

단색 그림들로 색을 표현해 효과적으로 색을 전달한다. 

 

 

해당 색으로 단색 그림을 그려 색을 전하는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시각적인 즐거움과 흥미를 주는 동시에 색 전달의 효과를 높였다. 시루떡색, 배추색, 고무대야색 등 색이름의 어원이 구체적인 사물에서 왔을 경우엔 사물의 형태나 촉감, 무늬 등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심홍의 플라스틱 공깃돌이나 초록의 소주병처럼 색과 공감대를 갖는 사물을 그려 색을 표현했는데, 이렇게 완성된 그림은 색의 이미지와 감성, 색의 느낌까지 전달한다. 색의 설명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색에 대한 설명은 물론 색과 연관된 사물의 특징이나 쓰임새, 문화와 과학에 관한 이야기가 색에 대한 지식과 깊이를 넓혀준다. 

 

 

책의 중간중간에 청춘문고 집필작가 12인의 단편이 실려있다. 색이름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글들이다.(출처: www.instagram.com/oimu)

 

펀딩에서 색이름과 같은 색상의 노방 천에 작가들의 짧은 글을 수놓은 책갈피를 선보이기도 했다. 

 

 

책에서는 색과 관련된 흥미로운 읽을거리도 찾을 수 있다. 디자인이음과 스토리지북앤필름이 공동기획한 청춘문고의 집필작가 12인이 쓴 특정 색에 대한 단편으로, 오이뮤가 작가들에게 색이름을 제안하고 작가들이 색이름으로부터 영감을 받아쓴 27편의 글을 책의 중간중간에서 만날 수 있다. 작가들의 글은 색을 표현하기 위한 단색 그림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색 형용사 사전. 풍부한 색의 묘사를 위한 다양한 표현들이 소개돼 있다. 

 

 

책의 뒷부분에는 352개의 색이름을 가나다순으로 나열하고 페이지를 표기한 ‘찾아보기’를 넣어 각 색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했고, ‘노르스름’하고 ‘거무튀튀한’과 같이 ‘느낌적인 느낌’으로 색을 표현하길 좋아하는 우리 정서에 맞게 ‘색 형용사 사전’을 삽입해 색의 묘사에 있어 훨씬 다양한 형용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오이뮤는 홈페이지에서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색상 견본 파일(컬러스와치)를 무료로 공유하고 있다. 

 

에디터가 좋아하는 색은 ‘박하색’이다. 〈색이름 352〉를 통해 쉽고 정확한 색이름을 알게 됐고, 더 많은 색을 느끼고 말하며 즐길 수 있게 됐다. 우리말 색이름을 이용한 의사소통을 통해 우리 삶이 좀 더 섬세하고 다채로워지길 원하는 오이뮤의 바람대로, 〈색이름 352〉는 이 세상 수많은 색이 일상에 깃들어 있는 나의 것임을, 우리의 하루하루가 아름다운 색으로 채워지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오이뮤(oimu-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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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름 #오이뮤 #색이름프로젝트 #우리말색이름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이야기,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의 모습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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